아직 3년째이지만.     이런 말 하기에는 굉장히 짧은 시간의 체류이지만..

가끔 웹에서 일본에서 살아보고 싶다, 일본에서 사는 사람들이 부럽다, 한국보다는 일본이 좋지 않을까..라는 글을 볼때마다 묘한 답답함에 사로잡힌다.


지금의 한국과 비교했을 때

안정된 물가, 높은 시급, 잘 구축된 사회 인프라 등등 장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한국인"이라는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특히 일본에서 살아간다는 건눈에 보이는 것들의 혜택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을 매일같이 감당하며 살아야 함을 의미한다.

단적인 예로 연배 있는 분들을 만나면 여전히 "피자는 먹어 봤니?" 라는 질문을 받는다.그렇게 많은 드라마가 일본에서 방송된다는 현실과는 너무 다른 반응들이 예상 외로 계속되는 된다.

나 또한 그럴지도 모르겠으나 심히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나와, 내 나라를 판단하고 또 반응하는 모습을보고 있을 때면 "굳이 이런 것들을 경험하면서까지 이곳에 있어야 하나"라는 찝찝함이 게속해서 날 애워싼다.


겨우겨우 언어라는 도구 사용에 있어 익숙해진다 한들, 문화적 배경이 다른만큼 일정 시간이 지나면 커뮤니케션의 내용도 한정될 뿐더러 깊이도 없다. 상대방 또한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배려하며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기 때문에 모든 것은 그저 겉돌 따름이다. 농담 한 마디를 가볍게 던진다 한들 미묘한 인식의 차이 때문에 빗나가기 일수다. 

보이지 않는 편견과 차이를 느끼면서도, 무감각해지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는 상황들.

그것들의 계속됨은 순간 "내가 왜 여기에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이유마저 지워버리며 나의 근간을 흔든다.

흔들림과 동시에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의미를 잃게 되어버리지는 않을까.. 라는 두려움 때문에 "참아야 한다"라는 말만 되풀이 한다.(아이러니 하게도 일본의 "참음의 미덕"을 이런 식으로 배운다)


동일한 언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같은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완벽한 소통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한국에서의 생활이  "어쩌면 이상적일지도.."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절대 섞일 수 없는 존재..로 살아간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경험했기 때문이랄까.

단 하나의 이점.. 이라 함은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질적 존재"가 되었을 때의 불쾌감(은 좀 심한 표현이려나..)을 알기에 그 부분의 배려에는 조금 더 신경쓰게 되었다는 것이랄까?

문득, 한국에서 생활하는 수많은 외국인의 아픔을 떠올려 본다.(흰 피부에 금발은 빼고. 그들에게는 천국이 따로 없겠지. 그건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일상기록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에서(외국에서) 산다는 것  (1) 2015.07.13
겨울이다  (0) 2014.12.20
안과에 다녀옴  (2) 2014.10.22
나를 잃지 않는다는 것  (0) 2014.08.08
여름이 오고 있다  (4) 2014.06.02
매일의 야경  (2) 2014.04.10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4시 신데렐라 2016.03.21 10:12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얽히고 섥힌 관계망에서 떨어져서 새로운, 그것도 기본으로 사용하는 언어에 있어서 이질적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
    경험은 없지만 그 답답함과 고달픔이 와 닿습니다.
    신영복 선생의 '강의'를 읽고 있는데 논어를 이야기할 때 '지'란 '지인'(知人)이라는 구절이 바로 떠오르네요.
    많은 이방인 또는 경계인들이 인간들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지요.
    知를 찾아 떠난 지 '아직 3년'이란 표현 속에서 나뎅님의 큰 포부를 읽습니다. '경계인'으로서 많은 깨달음을 얻으면서 우리에게도 그 '지'를 전해주시기를... 늦었지만 새해에도 건강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