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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랑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 대니얼 불런 2014.08.18

먼저 이 책을 읽고 있는 환경에 대해 설명해야겠다.
책의 표지, 베개 커버, 그리고 내 손톱은 블랙이다.
종이와 침대커버는 희미한 아이보리색에 가깝다.

Lana Del Rey는 음율과 음성으로 무채색을 표현하기 여념없다.


눈이, 귀가, 그리고 나의 의식이 받아들이는 문장까지 모든 것이 검고 하얗고 곧장 회색이 된다.


예술가의 삶, 특히 사랑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풀어내는 이야기이기에 마냥 형형색색일 것이라 생각하면 그것은 큰 착각이다. 그들의 일상은 우리의 것보다 더 무미건조하다. 물론 우리의 상식과 도덕관념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남녀/남남/여여의 관계가 존재하긴 하지만,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끊임없이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 있는 무형을 유형으로 바꾸자 고민하고 또 싸워 나가는 그들의 삶은 찬란하기 보다는 마냥 어둡기만 하다.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사이에서, 명확한 것과 불분명한 것의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삶이 처절하고 또 어둡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이 책을 손에 들었고, 그래서 아침부터 울었다.
그들의 끝없는 "유에서 무를 때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자 하는 투쟁의 삶"이 너무나도 안타까웠고, 하지만 그러한 삶의 방식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 그 천성이 부러웠기 때문이다.

아직 릴케+살로메, 스티글리츠+오키프 까지밖에 읽지 못했지만,
예술을 신봉하고 그에 헌신하려는, 그와 동시에 자아와의 대면이라는 숙제까지 안고 있는 "에술가"의 숙명은.. 아침에 읽기엔 조금 버거운 소재임은 틀림없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고백을 일상으로 삶는 그들의 표현력과 용기는 나 같은 범인에게는 영원히 찬란한 그 무엇이다.


이것이 내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내가 무의식적으로 당신 것이자 내 것이기도 한 삶의 궁극적 완성을 전해 받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이루 말할 수조차 없습니다최후까지새로운 태고의 시작까지 당신에게 감사할 거에요소중하고도 소중한 라이너.

사실 나는 그녀 같은 존재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믿을 수가 없다네. 정신과 마음이 그지없이 맑고, 자연스럽고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지닌 데다 심장박동 하나하나가 완벽히 살아 있는 존재라니...  멀쩡한 광기랄까. 지독히 멀쩡해서 때로는 두려울 정도라네.

성공한냐 마느냐는 문제가 아니에요. 그런 문제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아요. 자기 안의 미지를 밝혀내고, 미지를 항상 자신보다 앞에 두는 것이 중요해요. 더 단순하고 명쾌한 삶의 이상을 붙잡아 구체화하다 보면 앞서 희미하게 느꼈던 것에 비해 진부해지고 말지만, 그 느낌을 붙잡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해요.



지난주 일요일의 오전과 오후 사이에 나는 책을 읽고,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여기까지 쓰다가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아트 프로젝트을 함께 하고 있는 서포터 한 분이 돌아가셨다는 전화였다.

요즘 일본에서 유행(?)하는 아트 프로젝트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간다. 음악, 미술적 지식이 가득한 이가 있는 가 하면, 그런 것이 있다는 건 알지만 자세히는 모르겠고 하지만 개성 강한 사람들과 함께 이것저것 해보고 싶다..라는 사람, 지역을 위해 무엇인가 해보고 싶다는 사람 등등. 그 분은 후자에 해당했다. 그리고 지식보다는 행동으로 그 열정을 보이곤 했다.

그 분의 죽음이 더욱 더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소속되어 있는 프로젝트에서 기획한 이벤트 준비를 돕는 과정에 닥친 일이었기 때문이다. 뜻을 함께 했던, 믿을 수 있는 지인 한 명을 잃는 일은..그것이 준비된 것이라 해도, 그렇지 않다고 해도 과정이 어찌 되었든지 간에 마음 아픈 일임은 분명하다.

 

우리는 삶이 끊임없이 개인의 선택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창조를 향한 극단적 선택만을 반복하는 책 속의 예술가들....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고로 삶을 다 한 지인....

물론 전자의 경우 개인의 선택이 일정 부분 영향력을 미쳤을 수도 있지만.. 한 발자국 떨어져 생각해 보면 인생이란 것이 정말 우리의 의지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 확신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일까.

 

책의 검은색 표지가 더욱 어둡게 느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