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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에 다녀옴

from 일상기록반 2014.10.22 21:38

일본에서 눈이 이렇게 아픈 건 이번이 두번째.

 

첫번째로 간 안과에서는 눈 표면에 상처가 났다는, 무덤덤한 듯하면서도 상냥한 한 마디와 함께 약을 처방해 주었다. 하지만 오늘 간 곳의 의사는 굉장히 진지하게 눈 상태를 말해 주었다. 안구의 확대 사진을 출력하며 어느 부분이 어떤 상처가 났는지 손으로 짚어가며 알려줬다. 하드렌즈가 맞지 않아서 눈에 압박이 가해져 상처가 생긴거란다. 염료로 인해 연두색으로 빛나는 부분이 상처난 곳으로, 이 부위를 통해 세균이 들어가면 신경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그리고는 잠잤을 때는 안약을 넣을 수 없기에, 잠잤을 때 넣는 안구용(표현이 너무 적날한가)연고도 처방해 주었다. 이걸 넣고 자면 눈에 막이 생겨 잠자는 동안에도 눈을 보호해 줄거라나 뭐라나. 처방받은 세 가지 안약을 가지고 나오는데 살짝 불안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타국의 병원에 익숙해진 내가 다행스럽게 여기지기도 했다.

 

눈의 상처와 이를 진지하게 알려주는 안과의사보다 날 당황스럽게 했던 것은 한국 안경점의 성의 없는 하드렌즈 제작이랄까. 아니다. 그들을 탓하기 전에 나의 잘못이 크다. 편의성이라는 이름으로 오랜 교육을 통해 눈에 대해 충분히 숙지한 안과의에게 처방을 받지 않고 동네 안경점에서 하드 렌즈를 주문한 나의 불찰이 크다. 다른 것도 아니고 눈에 관해서는 이러한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건 철저히 어리석은 나의 결정에 의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눈을 다루는 업종으로서 너무한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소프트렌즈도 아니고 하드 렌즈인데. 하드 렌즈의 특성을 일반인들에 비해 더 명확히 알고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성의없는 측정으로 렌즈를 주문하다니! 렌즈 1년 반 사용으로 나의 눈에는 수많은 상처가 생겼고, a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눈을 뜨고 있기가 힘들었다.

 

사실 많이 화가 난다. 눈이니까, 다른 부위도 아니고 눈이니까. 불편한 눈으로 몇 시간 지내다 보니 눈으로 하는 게 얼마나 많은지 새삼 깨달았다. 책도 읽어야 하는데, 핸드폰으로 이메일도 보내야 하는데, 지금의 눈으로 할 수 있는 건 잠들어 꿈을 보는 수 밖에는 없다니.

 

딱 들어맞지 않는 렌즈에 의해 멀쩡한 눈이 심한 상처를 입게 되었다. 이 상처가 아물기까지는 얼만큼의 시간이 걸리게 될까. 의사는 금요일이나 토요일쯤 다시 한 번 안과에 와서 눈을 보여달라 했다. 그 말투로 추측했을 때 다시 한 번 상태를 점검하고자 하는 것 같았다. 다시 말해 하루 이틀로 아물 상처는 아니란 말이다.

 

맞지 않은 형태에 억지로 구겨 넣은 나의 눈이 처절하게 아픔을 호소하는 중에, 갑자기 드는 생각 하나.

 

지금 여기서 학교를 다니며 공부하고 있는 이 모든 것이 나라는 인간에게 딱 맞는 옷(이라 쓰고 쉽게 변형될 수 없는 틀..이라고 읽는다)일까. 혹시 나라는 인간의 본성과는 그 형태가 많이 다른 것에 나 자신을 꾸역꾸역 집어 넣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러운 진전 상황이 아니다 보니 눈의 경우를 확대해석 하여 망상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중이다.

 

그러니까, 눈이 괜찮았다면 책을 읽든 텔레비전을 보든지 해서 이런 암울한 생각 따위 하지 않을 거 아냐. 게다가 필수 아이템인 하드렌즈와 긴 작별을 해아 하고... .  

 

이게 다 (한국의)우리동네 안경점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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