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싫어하는.. 아니 무서워하는 계절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이런 판국에 신축이라는 기숙사 에어컨은 작동을 않는다. 서비스 센터에 연락을 해야 하는 상황을 떠올리면 마냥 귀찮지만, 어제 낮의 후덥지근한 바람을 느끼고 난 후, 맹렬한 도쿄의 더위에 맞서느니 작은 번거로움을 경험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위 때문이라면 그저 그런 핑계일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들어 해가 높을 때에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채 멍..함을 유지중이다. 오늘도 인터뷰 녹취를 밤 12시가 넘어서야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시각이 오전 4시 23분.

잠깐 생각해보니 나의 이 "멍함"은 더위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방향을 잃은 논문 때문에 무슨 책을 읽어야 하는지, 무엇을 쓰고  또 생각해야 하는지 갈피가 잡히질 않는다. 그래, 이게 "멍함"의 이유인 것 같다. 

학교에 갈 땐 자전거를 이용하는 요즘인데, 자전거를 탈 때마다 곤충의 습격에 넘어질 뻔 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뺨을 가격하고, 어깨에 부딪히며 나를 공포의 도가니로 밀어 넣는다. 더위와 함께 그 개체수를 마구잡이로 늘린 녀석들은 때론 눈에 들어가기도 한다.

여름에는 모든 것이 수를 늘리고 또 커진다. 앞서 말한 곤충이 그렇고, 식물들은 잎의 크기를 키워가기에 본래의 뼈대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던 그와는 상관없는 형태를 만들어 간다. 도시를 맴도는 각종 냄새의 순환도 활발하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감정 또한 쉽게 부풀어 오른다.

눈에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모든 것이 "확장"과 "동적"인 성격으로만 일관되는 여름이 나는 무섭다.그래서 이 계절을 덤덤히 받아 들이는 이들의 그 감정선이 신기하기만 하다.

다시 생각해보니.. 나의 "멍함"은 여름이라는 시간이 가져온 이상상태일 수도 있다.

더위 속에서의 방황이라니...

올해 여름은, 아마도, 다른 여름보다 힘들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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