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집에 있다.

지난 어느 날에도 그랬듯이, 오늘도 방 청소를 했다. 

걸레는 관리가 귀찮아서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

분무기로 회장지에 물을 뿌려 그걸로 방바닥을 닦았다. 

틈틈히 꾸준히 쌓인 먼지를 보면서 나보다 먼지가 더 부지런함을 느꼈다.

청소를 마치고 어제 저녁 메뉴와 비슷하게 엄마가 보내준 식재료로 간단한 것들을 만들어 먹었다.

익숙한 맛은 참 많은위로가 된다. 거리로 따지고 보면 그리 먼 곳도 아니지만 어찌되었던 외국이니까.

그래서 엄마의 맛이, 한국의 향이 참으로 기분 좋았다. 청소에 맛있는 음식까지. 

오늘 하루는 지금까지 꽤 괜찮은 순서로 진행되고 있다.


마저 보내야 할 메일을 보내고, 다시금 생긴 메일 발송건에 대해 생각하면서.

기획 외의 해야 할 일들.

영어 공부라던지 연구계획서 등을 막연히 떠올리며

TV를 보다가, 그 TV의 기능을 이용해서 음악을 듣는 중.


여름이 식어감을 명확하게 알려주는 9월의 오늘

바람은 확실히 차가워졌고

자그마한 노트북 스피커에 비해 묵직한 음향은 감동을 더해주고.


그렇게 듣고 있는 데미안 라이스의 음악은.... 확연히 눈물의 색을 띠고 있다.

비오는 날에 어울리는 노래들이라고들 하지만

처음부터 하늘의 눈물을 대변할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리사와 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 "듣는 이(나)"는...

결별 이후 어떠한 음악적 행보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그의 처치를 알게 되어버린 평범한 "듣는 이"는

이 모든 것이 그러한 의도로 만들어진 노래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눈물로밖에는 느껴지지 않는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큰 존재였던 누군가를 잃은 이의 조용한 비명으로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게다가 오늘 도쿄의 하늘에는 짙은 구름이 낮게 깔려 있고 시선을 던지는 곳마다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다.

싸늘하게 부딪쳐오는 바람과 회색빛 풍경 속에서 연인을 잃은 한 남자의 슬픔을 속닥속닥 듣고 있자니

없던 눈물도 흐르려 한다.

지난 날의 어느 때처럼, 무작정 "참 좋은 노래구나"라고 생각하며 들을 수 없게 되었다.

니나 상코비치의 책이 단순한 독서감상문이 아니듯, 그의 노래 또한 그저 그런 사랑 노래가 아니다.


사실과 닿아 있는 노래의, 문장의, 그림의 존재는 가끔식 이런 부작용을 낳는다.

오늘은 더위에 지칠 필요도 없는, 그럭저럭 상쾌한 날임에도 이 노래 때문에 나는 슬프다.

이 사랑의 간접경험이 나를 울게 한다.

존재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만나 본 적도 없는 한 남자의 가슴 한켠이 무너지는 소리를

생생히 듣고 있어서

그래서 오늘 하루는 마냥 핑크빛으로 빛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매미마저 힘없이 울고 있다.


2013년 여름의 끝이고

괜한 노래에 취한 나의 잘못이고, 열기를 잃은 대기의 죄 또한 크다.

오늘은 그런 날이다.

그래서 뭔가를 좀 읽어보려 한다.

침대 머리 부분에 있는... 사회학 관련 도서? 

아니면 살만 루슈디의 역작? 

그도 아니면 여전히 우주어로 다가오는 예술철학서?


괜히 책을 뒤적이다가 

그와 그녀의 화음이 절묘한 노래가 나오면 다시금 울 것만 같은

오늘은 그런 날이다.

'일상기록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일의 야경  (2) 2014.04.10
안주의 단계  (2) 2014.04.06
집에만 있어서 슬픈 게 아네요!  (0) 2013.09.11
소통의 부재 및 그에 관한 짦은 중얼거림  (0) 2013.09.09
만감이 교차하다  (0) 2013.06.02
그리워하다  (2) 2013.05.14